나의 이야기

밸런타인데이 유감(有感)

토끼나그네 2005. 2. 13. 02:32

내일이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라고 한다.

어제 퇴근길에 잠깐 백화점에 들렀더니 밸런타인데이 상품을 광고하는 포스터가 요란스럽게 걸려있는걸 보면서 벌써 그렇게 됐나 했더니 블로그를 몇 군데 방문하니 여기서도 밸런타인데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 집도 아이들이 커면서 딸아이는 선물을 준다고 법석을, 아들은 받았다고 법석을 떠는 것을 몇 차례 보기만 했지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 밸런타인데이가 눈에 들어오면서 전에 겪었던 초콜릿 홍수가 생각난다.


사랑을 고백하는 날인 밸런타인데이의 기원은... 이런 거란다.

로마시대 사제 성 밸런타인의 처형 날짜와 연관이 있다는 설이 설득력이 있다. 3세기쯤 로마 황제가 청년들을 군대에 보내기 위해 금혼령을 내렸고 밸런타인 사제가 황제의 허락 없이 젊은 남녀의 결혼을 도왔다고 한다.

 

결국 황제의 노여움을 산 밸런타인은 2월14일 처형당했고 이날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것이 밸런타인데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기원설과 별도로 밸런타인데이는 청춘 남녀가 연애편지를 교환하거나 다른 상징적인 선물을 통해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날로 발전돼 왔단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밸런타인은 사실 첫 밸런타인을 자기가 축하 하였다는데, 감옥에서 밸런타인이 젊은 여자(교도관의 딸로 알려진)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가 죽임을 당하기전에 그녀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기에 오늘날 사용하는 표현인 “From your Valentine”으로 사인했다고 한다. 중세기(5~15세기)에 영국과 프랑스에는 Valetine은 가장 많은 성직자 이름중 하나라고 한다.


또 어떤이들은 서기 270년경에 일어난 밸런타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의식을 2월 중순에 가진 것이 유래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이들은 이교도 축제인 Lupercalia를 기독교화 하기위해 밸런타인축제를 행사화 하였다고도 한다.


당시 Lupercalia축제에 도시의 젊은 여자들은 자기 이름을 큰 항아리에 적어 넣고 남자들이 항아리에서 이름표를 고르는 짝짓기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결혼까지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를 교황이 보기에 이 축제행사가 매우 비 기독교적이며 위법적이라고 생각하여 서기 498년에 2월 14일을 St. Valentine's Day로 선포하여 남녀간의 사랑을 표현하는 날로 삼았다고 한다.

사실 영국과 프랑스에서 2월 14일을 이른 바 “새들의 짝짓기가 시작되는 날이다”라고 하며 그래서 이날을 그날로 정한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어째든 밸런타인데이는 “사랑을 표현하는 날”인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에 상륙했다는데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의 의미가 정설이 되어버렸지만 이마저도 일본 제과업계의 상업주의에 물들어 본래의 의미가 변질되었단다.

여성들의 사랑 고백이 자유롭지 못했던 60년대, 일본의 한 제과업체가 ‘초콜릿을 선물하면서 고백하라’는 상업적 캠페인을 벌였고 이 아이디어가 적중해서 결국 3월 14일 남성들을 겨냥한 “마시멜로(marsh mallow)로 보답하라”는 후속 이벤트가 만들어져 화이트데이까지 생겼다고 하니 일본의 상업성은 놀랄만하다.


어찌 보면 일본보다 20년이나 늦게 한국에 상륙한 밸런타인데이는 억압된 한국 여성들의 여권신장 운동에 편승하여 “구애권” 외침에 일조한 것 같다. 그리고 젊은이에게는 설이나 추석 또는 크리스마스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기념일이며 특히 요즈음에 와서는 지나치리만큼 중요한 날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초콜릿 홍수란 밸런타인데이 때문에 아내를 짜증나게 했던 일을 말한다.


회사의 여직원이 20여명 되었는데 처음에는 몇몇 여직원만 초콜릿 선물을 하더니만 해가 바뀔수록 점차 많아져서 몇 년 전에는 여직원 전부가 경쟁적으로 내게 초콜릿을 선물로 가져왔다.

그게 참 재미있는 게, 여직원 수가 적을 땐 자연스럽게 사장실로 와서는 슬쩍 놓고 가더니만 그것도 질툰지 하는 모양이라 나중엔 빠지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상자 속에는 아주 예쁘게 만들어서 아름다운 글씨의 시를 적은 쪽지도 있었다. 특히 우리 회사의 여직원 대부분은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였으므로 갖은 솜씨를 부려 사장인 내 눈에 띄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받은 것 일부는 간부들하고 함께 먹기도 하고 남은 것 몇 상자를 집에 가져왔다.

아무 생각 없이 아내에게 건네면서 여직원들이 준 것이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받더니만 그 속에 쓰인 쪽지를 보고 속을 끓인 것 같았다. 그 쪽지의 내용이 좀 찐~한 것도 있고 했는데 사실 그 찐~한 내용이란 것도 내가 농담도 잘하고 귀여워 하니까 애교를 석어가면서 쓴 것으로 보였는데 말이다.


무슨 방법이 있는가. 설명하고 또 설명해서 웃고 말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다소간 억울한 면이 많다.


그런데

밸런타인데이는 사랑을 고백하면서 선물하는 거라는데……

그렇다면

우리 여직원들은 모두 내게 사랑을 고백했단 말인가……


그럼 내가 그렇게 매력적인 남잔가…… 그 답은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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