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그 넓은 카페의 난방도 문제이거니와 주방 옆에 딸려있는 방이 식구들에게는 휴식 공간이면서 손쉽게 사용하는 부식창고 역할도 한다.
그런데 아내는 내게 뭘 부탁을 하지 못한단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몸에 익은 엔지니어의 직업의식상 뭘 했다하면 똑소리 나게 해야 하고, 그러려면 업자에게 맡기는것 보다 비용이 많이 든단다.
개업을 하고 얼마지 않아서 딸린 방에 부식 등 재료들이 어지럽게 늘려있어서 이걸 좀 정돈하여 종류별로, 사용 빈도별로 정리할 수 있도록 만들자고 했더니 홀 확장 공사한곳에다 부탁을 해서 대충 선반을 만들었는데 영 마음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서 마음먹고 방이며 부식 창고의 선반을 아주 고급스럽게 고쳐버렸더니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고 불평이 여간 아니었다. 얼마나 들었냐고 묻기에 십여 만원 들었다고 했더니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사실은 삼십여 만원 들었는데 놀랠까봐서 1/3로 축소해서 신고했다. 나중엔 자수해서 웃긴 했지만.
간혹 아내는 친구들을 잔뜩 초청 해다가 가게에서 거나하게 파티도 하고 일부는 방에서 오백 원짜리 고스톱도 친다. 이런 행사는 가게를 하기 전부터 집에서도 매주 있었던 일이다. 아내 친구들이 선반을 너무 잘 해놨다고 부러워 하니 남편이 지저분한 건 그냥 있지를 못하는 성질머리라서 그랬다며 자랑을 섞은 흉을 본다. 이건 내가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여자들의 속 다르고 겉 다른 이중성격이 친구 앞에서 뻔하게 나올 테니까...
아까 난방 걱정으로 돌아가서...
가게 방뿐이 아니고 집의 아들방도 확장공사를 한곳에 침대를 놔서 좀 추운 모양이라며 걱정을 한다.
그러고는 또 큰돈 들여서 아예 사업을 벌릴까봐 돈 들어가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란다. 그러면서 쪼끔 언쟁 비슷한 거 흉내까지 냈었다.
아이쿠, 이 아줌마 삼십년 가까이 살을 붙이고 살아놓고 성격을 아직도 모를까... 이런 건 듣는 즉시 애로사항 타개를 위한 고민과 대책을 수립해야 진정한 가장 아닌가 말이여...
지난주에 재료를 준비했다.
원적외선 면상필름 히터 업체를 찾아서 원단을 구입하고 음이온이 나온다는 참숯 부직포를 구입하여 토요일 공사를 단행했다.
원적외선과 음이온의 인체에 대한 효능은 너무도 널리 알려져 있기에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해야지 싶었다.
제일 아래에 단열 필름을 깔고 그 위에 원적외선 필름 히터를 그리고 그 위에 참숯 부직포를 깔고 그 위에 고급 장판을 덮으니 이보다 더 좋은 방이 없다.
공사를 마치고 아내를 불러 온도 조절기의 사용법을 설명하니 예의 질문이 있다. 비용이 얼마나 들었소... 그래서 예의 답변은 십만 원. 웬걸, 이번엔 아내의 반응이 너무 딴판이다. 너무 싸게 먹혔단다. 아무리 못줘도 오십만 원 이상 들것 같은데... 그랬단다.
그리고 아들 방은 침대 주변의 벽에다 그렇게 만들어 줬더니 아내는 끔뻑 죽는다. 서방보다 아들한테 점수 따려고 그러는 것 같다.
사실 업자한테 맡기면 육칠십만 원은 족히 들것인데 십오만 원을 주고 재료를 사서 해결했다.
어제 하루는 신랑이 고마워 죽겠단다. 그러고선 저녁에 집에 가지 말고 가게에서 자잔다. 늘어지게 안아주고 싶단다. 그 따끈따끈한 원적외선이 넘치게 방출되고 음이온이 쏟아지는 방에서 안아 주고 싶단다.
하~~ 참 별일이네, 마누라가 원적외선을 쐬더니 사랑이 넘치는가 보네...
당신은 나보고 절대로 이거 하지 말라고 그랬잖아... 그냥 전기난로 피우면 된다고 했잖아... 그래놓고선 이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러냐 말이여...
하여튼...
어제 저녁, 난 안겨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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