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학자 최현배 선생님은 어느 맑은 가을 날, 학생들과 함께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아름답게 치장한 금강산의 아름다운 절경에 감탄한 선생님은 학생들과 함께 박자를 맞추어 소리 높여 즐거운 노래를 불렀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학생들은 세수를 하려고 개울가로 몰려갔다. 맑은 물이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학생들은 물장난을 치기도 하고 두 손을 모아 물을 떠 마시며 즐거워했다. 그때 한 학생이 최현배 선생님에게 다가가 가지고 온 치약을 권했다.
"아니, 난 됐다. 치약보다 더 좋은 것이 있거든."
선생님은 주머니에서 종이로 똘똘 말린 작은 뭉치를 꺼냈다. 그 학생은 치약보다 더 좋은 게 무엇인지 궁금해 선생님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러자 선생님은 똘똘 말린 종이에서 굵은 소금을 꺼냈다.
"이를 닦는 데는 왜놈들이 만든 물건보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난 이 소금이 그만이야. 잇몸도 보호하고 이도 튼튼하게 해 주지.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우리나라 것이 제격이거든."
말을 마친 선생님은 소금을 듬뿍 묻혀 이빨을 닦았다.
"선생님 말이 옳습니다. 저도 이젠 왜놈들이 만든 이 따위 치약은 쓰지 안했습니다."
"저도요, 선생님."
선생님의 말에 감동한 그 학생이 치약을 멀리 던져 버리면서 외치자, 치약을 쓰려던 나머지 학생들도 모두 치약 대신 선생이 나누어진 소금으로 치카치카 신나게 이를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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