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因緣說 - 한용운

토끼나그네 2004. 4. 4. 22:48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에 진실입니다


잊어 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 만큼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점입니다

떠날 때우는 것은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함께 영원히 할 수 없음을 노여워 말고

애처롭기까지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 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