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친구를 만나다.
어제 그제, 그러니까 10일 날 점심때쯤 느닷없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통화중이었으므로 직원이 대신 받았고, 들으니 나를 찾는 것 같았고 그리고 통화중이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내가 통화를 끝내고 누구한테서 온 전화냐고 물어보니 부천이라고 하는데 이따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했단다.
조금 있으니 다시금 전화벨리 울려서 수화기를 집어 들며 내 이름을 대니 저쪽에서
“안녕하십니까, 너무 오래되어서 아실런지 모르겠는데.... 저 김경숩니다. 전에 기독지혜사에 있던...”
“아이고, 이거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알다마다요. 우선 전화번호부터 적어야 겠습니다. 알려주세요”
이렇게 전화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전화번호를 받아서 적어놓고 이산가족 만난 듯이 서로의 근황을 물어가며 연락될 수 있음을 감사했다.
김경수...
이분을 만난 건 1990년쯤인 것 같다. 기독지혜사의 전산화프로젝트를 내가 맡으면서 부터다. 그는 그 회사의 부장으로 있었는데 매사에 내게 협조적이었고 친절했는데 그도 내가 그렇게 열정적이며 여러 업무적 요구사항을 잘 챙겨서 전산화 해 준다며 금세 친해졌고, 신앙적으로도 죽이 잘 맞았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 있던 똘똘한 여직원을 그 회사의 전산 책임자로 보내줬고, 그 여직원은 우리 집 막내 제수가 되기도 했다.
그때 나는 우리교회의 교회학교 부장으로 남선교회 회장으로 대학부 지도교사를 맡고 있었는데 김경수씨는 우리교회에서 주일저녁 찬양예배 시간에 간증도 해 주었다.
그리고 기독지혜사의 주석성경책과 주석찬송가책을 반값정도에 우리교회에 제공해 주어서 거의 전 교인이 구입을 했고 주석 전집이나 강해 전집도 원가에 많이 제공해 주어서 내가 우리 교인들한테 고맙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물론 내게는 돈도 받지 않고 그런 책들을 많이도 주었다. 그때 난 종교서적을 돈도 들이지 않고 원도 없을 만큼 읽었다.
그땐 나도 어쩌면 목회자의 길로 갈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있었고 김경수씨도 이런 내 생각을 알아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만나면 신앙이야기를 했고 가정사를 이야기하면서 참으로 돈독히 지냈다. 그러면서내 사업에 합류하겠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지내다 내가 사업을 정리하고 연구소로 옮기고 이분도 독자적으로 사업을 벌리고 하는 사이에 몇 년간 연락이 끊기었다가 94년부터는 완전히 연락이 끊기었다.
전화로 받은 그의 근황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10여 년 전에 신학을 하고 목회를 한지가 벌써 4년이 넘었단다. 그것도 지척인 부천에서...
그의 부친도 목사님이신데 잘 알려진 교단의 총회장이시다. 그의 친척들도 다 목회자인 신앙의 가문이다.
얼마나 보고 싶은지, 일요일 오후에 만나러 가리라고 생각했다가 오늘 간단히 업무를 마치고 찾아갔다.
만나 곧장 교회로 가서 기도를 하고 집으로 같다. 할 말이 너무 많았다. 이럴 때 여자들은 정신없이 수다를 떤다고 하던가.
우리도 그랬다. 점심을 먹으면서 사모님이랑 함께 그간 두 집의 살아온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10여 년 전 그러니까 94년 은행에서 어음과 당좌, 그리고 돈을 찾아 나오다가 뒤에서 망치로 두들겨 패고 뺏어가는 소위 퍽치기를 당한 것이란다.
세상에...
혼수상태로 길에 버려져 있을 때 행인이 택시에 태워 병원에 인도되었고 이때 생사의 갈림길에서 의식을 회복했을 때 목숨만 건져 주신다면 그의 부친이 그렇게도 원하시던 목회자의 길을 가겠다며 기도했단다.
4년 전 부천에서 본격적인 목회를 하면서 내게 몇 번 연락하려고 했으나 연락처를 몰라 그냥 지냈는데 며칠 전에는 교회 강단에 서있는데 불현듯 내 생각이 나서 인터넷으로 조회를 해 보니 되더란다.
인터넷에 내 이름으로 조회가 될 수 있다는 걸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래서 사람은 숨어서 살 수 없는 모양이다. 내가 십여 권 책을 저술한 게 있는데 저자명으로, 그리고 대학의 전자과 동문회 부회장이라는 직함과 우리 회사 이름 등이 모두 조회가 되더라면서 알려준다.
어제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아무래도 교회에 갈 시기가 가까이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웃기만 한다.
요즈음 이 블로그의 여러 친구들도 은근히 압력을 가해온다.
걱정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반갑기 그지없는 친구 목사님도 그런다....
그러니 걱정이다...
김경수 목사님... 하나님의 충성스런 종으로, 능력 있는 목자로 부족함이 없으시길 간구합니다...